피르자다 씨의 시간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는 줌파 라히리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피르자다는 지금은 방글라데시의 수도이지만 과거에는 파키스탄의 일부였던 다카에서 식물학 교수로 재직하던 사람이다. 정부의 후원으로 뉴잉글랜드 지역의 나뭇잎을 연구하러 미국에 온 사이 조국은 내전에 휩싸였고 다카에 남아있던 가족들과의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인도 출신의 대학 교수인 ‘나’의 아버지는 피르자다 씨를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누곤 했다. ‘나’는 당시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먼 훗날까지도 음식을 먹기 전에 피르자다 씨가 했던 이상한 행동은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가슴 호주머니에 넣어둔 시곗줄이 없는 평범한 은색 시계를 꺼내 주위에 흰머리가 촘촘히 난 귀에 잠깐 갖다 댄 다음, 엄지와 검지로 재빨리 태엽을 세 번 감았다. 그는 나에게, 손목에 찬 시계와는 달리 호주머니 시계는 다카 지역의 시간에 맞춰져 있어서 열한 시간 빠르다고 설명해주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그 시계는 커피 테이블 위의 종이 냅킨에 놓여 있었다. 그가 그 시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없었다.”(축복받은 집, 마음산책, p.59)피르자다 씨가 커피 테이블 위에 은색 시계를 내려놓은 모습을 떠올
-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 2014-09-26 11:54